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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단편 추천 - 씬짜오 씬짜오, 비밀

리뷰/독서

by 낭만로그:) 2019. 11. 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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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내가 좋아하던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도 소개가 되어 최은영 작가편이 나와 관심 있게 들었었다. 마침 그 시기에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신간이 발표가 되었고 나는 그 책을 먼저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내게 무해한 사람 속의 단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들로 가득했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뜻하지 않게,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줄 수밖에 없는 아픔과 슬픔들을 승화하지 못하고 내면 속에 품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쇼코의 미소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서는 한동안 슬픔에 내게 들어와 우울한 감정에 싸여 있었다. 우울감 때문인지 최은영의 작가의 책을 다시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유명한 소설이라 쇼코의 미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최은영 작가의 신작이 나오면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씬짜오 씬짜오"

 

나도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나 사람 또는 시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글로 인정받는 작가가 있으면(특히, 소설작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 궁금하다. 84년생인 젊은 작가에게서 베트남 전쟁과 7,80년대 운동권 혹은 부모 세대와 관련된 소설을 써내는 것을 본 후 이래서 작가가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중요하구나라고 느꼈다. 이번 소설에서는 각자의 배경들이 구체적이고 특정되어 있어서 작품에 공감하기가 쉬웠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전쟁은 국가와 민족의 이념, 이권을 위한 싸움이지만 결국 현재를 사는 나와 너의 아픈 이야기인 것 같다. ‘응웬 아줌마는 베트남 전쟁 참전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었고 나의 아빠 또한 그 속에서 동생을 잃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 모두가 희생자다. 서로가 머리로는 용서하고 사과할지언정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어라 위로를 할 수 있을까. 소중한 이웃이었지만 아픈 과거로 인하여 서로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소설을 통해 무관심 했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찰해 보는 시간이 좋았다. 사실 누군가는 밝혀내고 알리고 싶은 사건이 나에게는 이토록 무관심한 일이면서 그것이 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게 느껴졌다. 나의 무지가 부끄러워졌달까.

 

"비밀"

 

최은영의 소설 쇼코의 미소에 나오는 주인공은 모두가 여성 화자이다.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페미니즘 작가인가 생각했다. 최은영의 두 번째 책을 읽으니 그런 이론과는 관계없이 그저 작가가 말하고 싶은 여성의 이야기가 많다고 느껴졌다.

 

비밀에 나오는 손녀 지민과 할머니는 조금 독특한 관계이다. 할머니의 딸이자 지민의 엄마인 여자는 지민을 딸로 태어나게 한 죄로 시어머니의 모독을 견뎌야 했다. 시댁보다 잘 살지 못하는 할머니는 사돈을 다독일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손녀가 있는 자리에서 딸을 호되게 하는 사돈에게 참지 못하며 울분을 토한다. 할머니에게 손녀 지민은 나와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손가락질 받는 안타까운 존재이면서 또한 배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민은 한글을 알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다. 한평생 글을 읽지 못하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앎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 안타까우면서 고마운 존재인 손녀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쇼코의 미소 단편 비밀은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실 지민이 사라진 이후부터 눈치를 챘다. 이 소설을 넘기기 전에 읽은 단편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였기에 퍼즐들이 맞추어 졌다. 비밀에서는 손녀 지민의 죽음을 정황상으로 보여줄 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소중한 가족의 죽음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슬픔이 극적으로 느껴졌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의 어린 주인공이 엄마에게 보고 싶을 거라며 죽음을 담담하게 얘기할 때와 같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실제 사건도 그랬지만 내 주위에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죽음같이 느껴져 많이 쓸쓸하고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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